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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마스크로는 코로나19 막지 못한다는 WHO, 왜? 20.05.08 17:16 2,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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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초,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무렵 WHO에서는 마스크 사용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지 못한다고 하며 부정적 견해를 발표했었다. 왜 그랬을까?
의학의 발전은 여러가지 과학적인 방법에 기반한 것이다. 이와 같은 과학적인 근거(증거)는 최근에는 대개 논문 등을 통해 발표되는 경험과 연구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한 '과학적 근거'라고 하려면 논리적 타당성, 최신의 내용, 그리고 충분한 양의 연구 결과가 필수적인 조건이다. 그래서 과학적 근거의 수준을 높이려면 강력한 근거를 보여줄 수 있는 비교실험이 수행되어야 하고 이와 같은 자료를 방대하게 모아 검토해서 통계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내가 해보니 좋더라 하는 단편적 경험의 과학적 수준은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수많은 진료와 치료의 과정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와 같은 근거의 마련이 쉬운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이제 온 국민이 전문가적 지식을 갖게 된 마스크만 해도 그렇다. 수술용 마스크와 가운을 입은 모습은 수술하는 의사의 상징과도 같다. 이는 의사의 코와 입을 가리고 수술을 하면 수술부위가 덧나는 것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상식적 가정에서 출발했다. 최근 코크란리뷰 에서 "과연 수술용 마스크를 썼을 때와 쓰지 않았을 때 수술부위 감염율이 다른가"에 대한 자료 검토를 하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두 군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코로나 19 발생 초기 WHO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마스크의 사용이 필수적이지 않다고 주장된 것이 이와 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한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실제 감염에는 다른 많은 요소들이 공동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마스크가 아무리 균을 줄인다고 해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으면 감염의 예방에 크게 작용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감염률 자체가 높지 않기 때문에 차이가 미미하여 의미를 도출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사실 위에 언급한 코크란리뷰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장 최신의 대규모 리뷰로 여겨지지만 이번에 포함된 연구는 오직 3개, 2000여 명의 환자에 불과했다. 나머지 15개의 연구는 불충분한 자료와 왜곡 등으로 포함되지 못하였다. 높은 수준의 의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위 연구의 결론으로 마스크의 크기, 디자인, 그리고 정확하게 착용하는 법 등이 지적되었다. 합리적인 개연성을 생각할 때 아무래도 수술 시 마스크의 사용이 소용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결론이 선뜻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는 종종 있다. 정형외과에서도 작은 절개를 통한 인공관절 수술과 크게 표준 절개를 한 인공관절 수술이 수술 후 통증에 차이가 없고, 컴퓨터 내비게이션을 사용한 수술과 그렇지 않은 수술의 정확도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는 과학적 근거의 양면성을 이해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진단과 치료가 의학의 질을 높여주기는 하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기대되는 결과가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치료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환자도 있게 마련이다. 간혹 높은 수준의 강력한 과학적 근거보다 하위의 근거에 기반한 치료가 어떤 환자 개인에게는 더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의학적 판단에 있어서 동원되는 또다른 방법으로 전문가들의 "합의"가 있다. 합의에 이르기 위해 동원되는 과학적 근거들은 "높은 수준의 강력한" 근거 만은 아니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거나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는 근거들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진료의 근거로서 중요하게 사용된다. 이와 같은 합의는 코로나 19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처럼 대상 질환에 그 적용이 시급하거나 영향이 심각한 경우에 더욱 중요하다.
의사 개인도 종종 강력한 과학적 근거보다 전문가들에 의한 합의나 합리적 개연성에 기반한 개인적 경험을 의학적 판단에 사용한다. 정형외과에서 특히 인공관절 수술은 극도로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수술이다. 그래서 예방이 중요하다.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이 많이 개발되고 적용되었는데 수직층류 (vertical laminar flow)와 헤파필터를 이용한 클린룸 시설, 술전 예방적 항생제의 사용, 머리부터 밀폐하는 헬멧과 전신가운의 착용, 두 겹의 글러브 등이 그 근거의 확고함에 상관없이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부분 직접적으로 감염률을 낮춘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그렇지만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의 심각성이 예방에 들어가는 비용과 절차의 번거로움을 상회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필자와 같은 수술 의사는 이를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또 전 세계에서 수술과 연구의 결과들이 점점 쌓이고 있으니 조만간 확실한 과학적 근거로서 확립될 것이라 믿는다.
감염의 예방과는 달리 수술 시 감염 치료의 방법에 대해서는 대개 과학적 근거가 잘 수립되어 있다. 인공관절 수술 후 감염의 치료는 대개 수술적 치료가 동반되어야 한다. 항생제 주사 치료 만으로는 성공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감염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최대한 빨리 치료를 해야 한다. 같은 감염이라 하여도 그 지속기간에 따라 치료의 성공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치료가 실패한다는 것은 재수술이 반복되고, 반복될수록 더욱 어려운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수술은 대개 2차에 걸쳐서 시행되는데, 적절하게 치료하면 감염 퇴치의 성공률은 90% 이상이다.
치료의 방법이 잘 수립되어 있고 이를 따라가는 것은 간단해 보이지만 환자들이 자신의 감염을 치료할 의사를 선택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당연한 얘기지만 환자가 의사를 선택하는 과정은 그리 과학적이지 못하다. 사실 감염을 100% 피할 수 있는 의사도 없고 어떤 의사가 치료성공률이 높은지 연구해서 발표하는 과학자도 따로 없기 때문이다. 의사가 진단과 치료의 긴 과정의 각 단계에서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치료를 선택하고, 또 본인 경험에 비추어 환자 개인에게 좀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성공률이 높을 것이다. 이런 의사를 "숙련되고 경험이 풍부"하다고 할 것이고 이는 상식적 개연성에 기반한 환자들의 합의이다.
※ 원문보기 : http://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idx=9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