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서울병원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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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퇴행성 관절염의 요소, 첫 번째는 손상이고 두 번째는 비만 20.06.15 11:35 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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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관절염의 요소, 첫 번째는 손상이고 두 번째는 비만”
100세 시대 길을 묻다
SNU서울병원 이상훈 원장
"적정진료 합리적인 비용으로
정확한 검사를 시행해 명확한 진단을 하고
꼭 필요한 수술만을 진행하는 병원 목표"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생활 운동의 강도가 약한 편
하루라도 젊을 때 강도를 높여 운동을 시작하고 지속해야
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14년 동안 재직한 이상훈 원장은 작년 6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SNU서울병원을 개원했다. 대학이 아닌 개원을 통해 자신의 꿈을 펼치기로 결심했고, 서울의대 동문이자 서울아산병원 출신의 서상교 원장과 힘을 합쳤다. 이상훈 원장은 퇴행성관절염, 인공관절, 전후방 십자인대, 슬관절외상 등 무릎 건강의 전문가이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진료는 낮은 문턱의 병원에서 최고 수준의 적정 치료로 최선의 결과를 얻는 것이다.
원칙주의자는 과정에서 실수나 사고가 드물며,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는다. 그 어느 곳보다 생사가 오가는 병원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유형의 사람이다. 이상훈 원장은 원칙주의자다. 그리고 그의 원칙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의학적인 지식에 다양한 경험과 연구, 그리고 환자 개개인을 향한 끊임없는 고민이 합쳐져 탄생한 결과물이다.
-서울대병원을 떠나 SNU서울병원을 개원하게 된 연유가 궁금합니다.
대학병원에서 외래환자들을 보며 언젠가는 다른 형태의 진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외래진료나 수술 모두 대기 시간이 길고, 환자들은 교수의 권위를 인정해주지만 가까워지기 힘듭니다. 재활운동치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기도 하고요. 급한 환자와 만성 환자가 구분되지만, 임의대로 순서를 정할 수도 없죠. 정형외과 진료에 집중하기엔 병원 시스템 자체가 너무 복잡해요. 적정진료, 합리적인 비용으로 정확한 검사를 시행해 명확한 진단을 하고, 꼭 필요한 수술만을 진행하는 병원을 목표로 개원했습니다.
-개원 당시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나요?
일단은 사람이 핵심이라 우수한 직원들이 조화를 이루는 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만족스러운 치료를 위해선 의료진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최고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죠. 1년 해보니, 경영이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서상교 원장이 제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SCI 논문 61편, 국내논문 포함 83편 이상의 연구와 작성에 참여하셨습니다.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도 많이 보입니다.
서울대 교수로서 결코 많지 않은 숫자입니다. 부끄럽죠. 진료, 연구, 교육은 의대 교수가 해야 하는 세 가지 활동입니다. 대학병원에서 의사로서 특정 질환 환자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치료를 접할 수 있었고, 실력 있는 인력들과 상의하고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은 이로운 점이었죠. 서울의대 정형외과의 생리학 연구실이 세팅이 잘 되어 있었어요. 국내 의대 정형외과 중 가장 앞서가는 줄기세포 연구실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당시 제 박사학위 논문은 '활액막 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조직 형성에 필요한 혈청 및 성장인자의 효과'였습니다. 연수도 미국 피츠버그 의대 줄기세포연구센터로 다녀왔죠. 결과적으로 줄기세포의 명암을 봤습니다. 줄기세포에 대한 감이 생겼다고 할까요? 언젠가는 될 수 있지만, 아직 멀었다는 것이었죠. 연구자 입장에선 10개 시도해서 1개가 성공해도 가능성 발견 자체의 의미가 크지만, 의사는 10개 시도해서 몇 개가 성공할 때 환자에게 적용해도 될지 더 엄중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대학병원에서 연구하며 얻은 인사이트가 개원 후에도 적용이 되고 있을까요?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환자에게 적용되는 진료가 다른 의사들과 완전히 다르지는 않습니다. 현대의학은 근거 중심 의학으로, 일종의 합의가 있습니다. 충분한 증거를 쌓고 도출한 평균값에 벗어나지 않는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시스템은 현대의학에서 정립이 어느 정도 되어 있습니다. 다만 환자별로 예외적인 부분이 있고, 이에 대한 충족을 원하는 시대입니다. 주로 개인 의료, 정밀 의료 등으로 표현하죠.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2020년 10대 혁신 기술 중 하나로 '초고도화 맞춤 의료(hyper-personalized medicine)'를 꼽은 것을 봤습니다. 유전자 치료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단어죠. 그런데 환자들의 눈높이가 바로 그 지점에 있어요. 자신에게 맞는 완벽한 치료를 원하죠. 현대 의료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무릎 통증완화 가이드라인, 그중에서 1번이 운동"
-의사의 진료가 객관식보다 서술형 주관식이 되려면, 경험에서 오는 내공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근거 중심 의학이 심화되면 좀 더 세분화된 평균이 나올 수 있어요. 지금은 의사 개인에게 쌓인 경험으로 보완하고 있죠. 시간을 많이 들여 환자를 접하고 관찰하는 관심과 애정이 중요합니다. 경험의 단순한 양적 수치뿐만 아니라 개별 환자와 증례의 분석에 정성이 얼마나 들어가느냐에 따라 추후 치료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형외과에서 가장 까다로운 치료를 요하는 환자는 어떤 환자들일까요?
전공의 면접에서 “정형외과는 불편한 상태로 오는 환자들을 깔끔하게 치료해서 보낼 수 있다”고 답하는 친구들이 꽤 있어요. 그런데 치료가 까다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인공관절 감염으로 고생하는 경우죠. 골절도 뼈가 잘 붙지 않아 수술을 반복하며 몇 년씩 고생하기도 합니다. 특히 근육, 혈관과 신경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어요. 그러고 보니 쉬운 게 없군요. 그래서 줄기세포 등의 연구를 열심히 하는 거죠. 당뇨가 심해 끝내 해결이 안 되면 절단을 해야 해요. 잘 모르는 분들은 “요즘 세상에?”라고들 하시죠.
-코로나19를 겪으며 의학의 발전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과학의 발전을 떠올릴 때 흔히 IT 분야의 발전을 떠올리는데, 의학은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변수도 많고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정말 오랜 세월이 걸리죠. 어떤 연구가 성과를 보여도 상용화가 되기까지 쉽지 않습니다. 그 옛날 페니실린이 발견이 됐을 때도 사람들은 “인류는 감염에서 해방됐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만 감염에서 해방되는 것이 요원하다는 것을 코로나19로 절실하게 느끼게 됐죠. 하지만 코로나 백신 개발에 대한 뉴스들을 보며 온 세계가 달려들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미국 피츠버그 의대 스포츠메디컬센터 및 줄기세포연구센터에서 연수를 받으셨습니다.
전 세계 의사들은 미국 의사를 부러워합니다. 앞서가는 시스템과 비용 투자, 우수한 자원과 근무 여건, 높은 수입 등을 자랑하죠. 하지만 미국 의료계는 매우 보수적이고, 고비용 구조여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취약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연구에 대한 투자가 과감하다는 점은 여전히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연수한 연구실에 7년 동안 성과 없이 프로젝트 하나에만 매달린 분이 있었어요. 우리나라 연구 환경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연구는 끈기가 필요하고, 산물은 한 순간에 나옵니다. 제가 했던 연구도 퇴행성관절염과 관련된 노화, 줄기세포에 관한 것이었는데 한두 해에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미국 연수뿐만 아니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CM충무병원에서 진천선수촌 파견 근무를 하는 등 스포츠의학에도 조예가 깊으시죠.
스포츠의학은 인공관절처럼 견고한 분야가 아니고,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인 분야입니다. 아직은 불안정한 면이 있는데, 그에 비해서 환자들의 기대치는 하늘을 찌르죠. 부상을 당한 선수들이 다음 시즌에 뛸 수 있느냐 은퇴하느냐 기로에 서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고 봐야 합니다. 오히려 수술을 하지 않고 물리치료만 하며 회복을 지켜보는 경우도 있고, 수술 시 일정 부위만 건드리기도 하죠. 최대한의 치료가 최적의 치료는 아니라는 것을 명료하게 깨닫는 계기였습니다.
-무릎에 좋은 음식이나 영양제에 대한 정보도 참 많습니다.
대부분의 영양제에는 약하게나마 소염진통 효과가 있어 개인에 따라 병원에서 처방하는 진통제의 효과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근거 중심 의학으로 볼 때, 확고한 유효성이나 근본적인 개선 효과에서는 의문입니다. 건강한 무릎을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해요. 대한정형외과학회, 미국정형외과학회 등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1번도 운동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생활 운동의 강도가 약한 편이죠. 하루라도 젊을 때 강도를 높여 운동을 시작하고 지속해야죠. 물론 너무 한꺼번에 무리를 가하거나 다치지는 않아야겠죠.
-허리나 무릎이 아프다고 하면 흔히 ‘다이어트’를 처방전으로 주시더군요.
퇴행성관절염의 위험인자 첫 번째는 손상이고, 두 번째는 비만입니다. 비만은 검증된 위험 요인입니다. 일단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연골과 뼈에 무리가 가고, 대사증후군을 유발합니다. 지방이 많다는 것은 우리 몸에 염증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염증 인자가 체내에 발생하는데, 관절염을 악화시켜요. 관절염은 완벽한 치료제가 없습니다. 염증을 차단하는 소염제 정도의 처방을 하고,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이유죠. 많은 연구진이 관절염 치료약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비만과 염증 치료 과정에서도 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로봇 수술, 내비게이션 등 최신 장비들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현재의 로봇 수술은 손으로 하는 것보다 좋은지 계속 살펴가는 단계라고 봅니다. 인공관절 수술 시 인체에 맞게 인공관절을 깎는 각도가 중요한데, 여기에 의사의 경험과 스킬이 영향을 많이 미쳐요. 더불어 내비게이션은 의사의 손을 도와주는 시스템인데, 결국 이것도 경험이 많으면 그만큼 더 수월하게 할 수 있고, 경험이 부족하면 여전히 힘들죠. 이외에도 뼈를 자를 때 알람을 주는 햅틱 기술도 있습니다. 계속 연구하고 발전하는 과정이죠. AI 기술로 정말 수많은 데이터를 입력해놓으면 진단까지는 꽤 괜찮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겠지만, 생명이 달린 수술은 그래도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슬기로운 환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학 지식이나 정보가 워낙 많아 슬기로운 환자분들 많으세요.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의료진에 대한 신뢰입니다. 어떤 병이든 의사와 신뢰 관계가 잘 형성이 되어야 결과가 좋아요. 수술은 말할 것도 없죠.
-후배 의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으십니까?
은사이신 서울대병원 성상철, 이명철 교수님이 펠로우 과정이 끝날 때 해주시는 말씀이 있어요. “배운 대로 해라.” 배운 것 그대로 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죠.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4/20200614011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