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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로봇 인공관절수술과 회복증진 프로그램 그리고 AI 23.01.12 17:20 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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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인공관절수술과 회복증진 프로그램 그리고 AI
수술장은 춥고 금식을 해야 하니 배고프다. 그리고 수술을 했으니 아프다.한 번이라도 수술을 경험해본 사람은 이 삼중고를 알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수술을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게 하는 안 좋은 추억, 또는 듣기만 해도 수술을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럼 로봇 인공관절수술은 어떨까. 로봇 인공관절수술이라고 이러한 삼중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공관절수술은 무릎을 절개하고 뼈를 드러내어 닳아버린 연골과 뼈를 새로운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수술이다. 로봇 인공관절수술 역시 기본과정은 다르지 않다. 안 아플리 만무하다.
그럼 수술하는 날 병동에서 환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간호사들이 통증주사를 놓으러 다니느라 분주할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수술 당일 병동은 굉장히 평온하다. 오히려 수술 후 약 48시간까지 환자들은 별로 아프지 않아 한다.
아프지 않기에 자율신경계도 안정되어 통증으로 인한 심박수, 혈압상승이 적어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도도 줄어들게 된다. 더불어 병동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은 시간적인 여유가 좀 더 생겨 환자의 다른 불편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케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평온함은 로봇이 아닌 회복증진 프로그램(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이하 ERAS)에서 만들어진다.
수술 후 환자를 아프지 않게 하려는 노력은 유럽에서 2000년대 초반에 시작되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부터 있던 사람인데 고작 2000년대부터 아프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는가.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그 “치료”라는 단어는 병을 낫게 해 준다는 의미였지, 통증을 조절해 준다는 의미와는 거리가 꽤 있었다. 특히 수술적 치료 같은 경우 “어느 정도” 아픈 기간을 당연히 거칠 수밖에 없다고 받아들여졌고, 사람에 따라 그 “어느 정도”라는 것은 너무 아파서 죽었다 살아나는 정도일 수도 있어 수술을 받는 사람들의 고통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인공관절수술은 환자가 수술 후 보행을 빨리 시작하고, 관절운동범위를 빠르게 획득하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는 주로 고령의 환자가 수술 대상이 되기에 그렇고, 다리 수술이기 때문에 수술 후 환자가 움직이지 못하면 혈전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정형외과, 내과, 마취과 등 여러 과의 의사들이 모여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인공관절수술 후에 환자가 빨리 움직일 수 있고 회복할 수 있을까.
첫 번째는 환자를 수술 후 안 아프게 하는 것에 있었다.
안 아프면 몸을 움직이고 싶은 게 사람이고 뭔가 하려는 의지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다양한 통증 조절 방법들이 도입되었다. 그전까지는 단순히 마약성 진통제의 용량을 올리는 방법에서 적절하게 다양한 기전의 약을 조합하는 방법으로 바뀌게 되었고, 그 결과 환자에게 투여되는 진통제의 전체 총 용량은 줄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통증이 발생되는 부분에서 통증을 직접 차단하는 방법들이 개발되면서 이 중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통증신경 차단술과 관절주위 통증주사를 인공관절수술 후 통증관리에 추가하게 되어, 수술 후 2-3일간 극심한 통증이 있는 시기를 편하게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아프지 않아 마약성 진통제 투여량이 적기 때문에 울렁거림, 구토와 같은 부작용이 없는 것은 덤이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수술 다음날 침대에 옆으로 누워서 태연하게 TV 시청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춥고 배고픈 것을 해결해주는 것에 있었다.
수술 후 회복은 결국 장기의 기능이 돌아오고 항상성이 유지되는 것인데 긴 금식시간과 낮은 수술장의 온도는 이를 저해한다. 따라서 회복증진프로그램(ERAS)에서는 기존의 수술 전날 자정부터 하던 금식을 수술 전 2시간까지 경구로 당질음료를 복용하는 등 금식 시간을 최소화하고 수술장에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담요나 따뜻한 공기를 제공하는 것에 신경을 쓴다. 수술 후 저체온증이 오는 것을 막아야 감염확률이 낮아진다는 중요한 연구들도 이와 부합한다.
세 번째는 위험도 분석과 관리(risk analysis and management)에 있었다.
인공관절수술은 삶의 질을 높이려고 하는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작은 확률로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그중에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 심혈관계, 수혈 관련, 뇌혈관 합병증 등이다.
이를 미리 예측하고 위험도를 분석하여 카테고리 별로 다른 치료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위험도 분석과 관리라고 하겠다.
익히 알고 있는 AI 알고리듬을 이용하여 환자의 기본 정보(나이, 몸무게, 기저질환, 혈액 검사 결과)를 입력하면 얼마나 수혈을 하게 될지, 심혈관계/뇌혈관 합병증 위험도가 얼마나 높을지 예측하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한 방법을 선택하여 그러한 일이 생기기 전에 “미리” 해결을 한다.
이러한 회복증진 프로그램(ERAS)은 누군가의 경험으로만 채워진 카더라 통신이 아니라 정형외과, 내과, 마취과 등 여러 과의 전문의들이 모여 다학제 연구를 통해 밝혀내고 추천(recommend) 되는 기술의 집약체이다.
학문적으로 최신기술(novel method)이 실제로 효용성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 중에 재현성(reproducible)이라는 것이 있는데 회복증진 프로그램은 이미 단계별로 프로토콜처럼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그 재현성이 뛰어나다. 따라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아프지 않고, 문제없이 퇴원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럼 회복증진 프로그램(ERAS)은 어디에서나 시행하고 있을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수술, 마취, 간호, 행정 등 병원시스템의 모든 분야가 환자를 위한 한마음으로 뭉치고 협력해야만 가능하다. 대학병원에서조차 이러한 회복증진 프로그램을 쉽게 도입하기 어려운 것도 각 파트 별로 익숙하지 않은 일이 늘어나거나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삶의 질이 좋아지기 위한 인공관절수술이 너무 아프고, 위험하다면 할 수 있겠는가.
로봇수술로도 채워지지 않는 마지막 단추, 회복증진 프로그램(ERAS)과 위험도 분석/관리 AI가 그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idx=10370